헐리웃 영화를 보면 좌변기에서 빠지는 물 장면이 많이 나온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에선 주인공 아들인 크라운피쉬가 치과의 개수대에서 빠져나가는 장면이 나오고, 영화
<조의 아파트>(Joe's Apartment)에선 바퀴벌레들이 변기 물위에서 멋진 싱크로나이즈를 선보이다가 주인공 조에
의해 대서양으로 쓸려내려간다. 그런데 미국 뉴욕이 배경인 <조의 아파트>와 호주 시드니가
배경인 <니모를 찾아서> 모두 물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빠지는 것이 아닌가?
좌변기에서 물이 빠지는 모습에 대한 대표적인 이론은 전향력(Corioli's force)에 의해 회전한다는
것이다. 나도 최근까지 이 이론을 믿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약간 다른 요인이
있다.
이 이론이 문제를 보이는 점은 실험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변 화장실의 좌변기에서 물을 빼보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물이 돌면서 빠지는 변기가
가장 많지만 회전없이 그냥 빠지는 변기와 시계방향으로 빠지는 변기도 많다. 이런
물의 흐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향력에
의해 생기는 회전은 시계 반대방향
확실히 지구상에서 물이 빠질
때 발생하는 대부분의 회전은 시계 반대방향이다. 거시적인 움직임에서 간혹 시계방향으로 도는
토네이도나 저기압이 발생하긴 하지만 극히 예외적이어서 수십년에 한두 개 꼴이다. 미시적인
움직임에서도 전형적인 물빠짐 환경을 조성하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물이 빠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긴 힘드니 궁금하신 분은 잠시 관련된 글을 읽고
와주기 바란다.
변기의 물은 왜 불규칙(?)하게 빠지는가?
좌변기에서 물이 빠지는 것이 불규칙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런데 사실은 좌변기에서도 물이 규칙적으로
빠진다.
전형적으로 전향력의 영향에 의해서 물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경우와 좌변기에서
물이 빠지는 경우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크게 두 가지 차이가 있다.
첫번째 차이는 물이 나오는 부분의 차이다. 전향력에 의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전형적인 모델에서는 물의 추가유입이 전혀 없다. 추가유입이 있다고 하더라도 엄밀하게
안정적인 상태로 공급되어야 한다. 이유는 전향력에 의해 발생하는 물의 회전력(각운동량)의 양이
매우 작기 때문에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물이 약간이라도 회전요소가 있다면 전향력에
의한 회전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좌변기에서의 물의 회전은 고여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회전이 아니고 주변에서 흘러나온 물이 구멍으로 거의 바로 흘러들어가면서 생기는 회전이므로 각운동량의 축적현상이 발생할 수 없다. 따라서 전향력에 의해서 발생하는 회전이 아니라 처음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각운동량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두번째 차이는 물이 흘러들어가는 곳이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파이프가 존재한다고 하여 꼭 물의 회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보통 부엌의 싱크대는 물이
빠지는 관이 꽈져있는 요철이 있는데, 이 모양에 따라서 빠지는 물의 회전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같은 곳에서 물의 빠짐은 대부분은 위의 두
가지 요소와 함께 바닥의 마찰을 점검하면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한 변기나 욕조에서는 물빠짐의 방향은 늘 일정하게 유지된다. 욕조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물빠짐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물을 많이 받아두고서 회전이 잦아들
때까지 몇 분 정도 기다렸다가 마개를 뽑으면 간단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니모를 찾아서>의 장면은 NG다!
내가 예전에 썼던 <니모를 찾아서>와 관련된 글(현재 이 글에는 치과 개수대의 전향력 부분을 삭제했다. 전향력과는 무관한
모습이기 때문이다.)의 NG라고 했던 것들 중에 치과 세면대의 물빠짐 장면은 왜
NG장면이 되는 것일까? <죠의 아파트>도 마찬가지지만, 일반적인 변기나 세면대의 경우 공급되는
물에 일부러 큰 회전력(각운동량)을 주지 않는다면 영화 장면 정도로 회전할 수가
없다. <죠의 아파트>에서의 모습은 변기에 들어가는 물의 방향을 고의로 옆으로 틀어주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모르고 NG를 낸 경우는 아니지만 멋진 장면을
위해서 과도하게 효과를 준 NG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NG라면야 대부분의 관객이 항상 감내하면서 영화를 볼 준비가 되어있는 것 아니겠는가?
^^
전향력에 대해서 내 글을 좀 더 자세히 읽고
싶으시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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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깔 2010/05/25 01:56 답글수정삭제Alias님 댁의 댓글과 goldenbug님 댁 댓글을 봤습니다. 그런데 얘길 듣고 보니 결국 같은 결론인 것 같은데요? 즉, 배수구나 개수대의 소용돌이에도 전향력은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요인이 더 중요하고 통제된 실험을 통해서만 회전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또한, 토네이도 역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요. 제 포스트 역시 그런 취지였습니다. ㅠ.ㅠ 그렇기에 전 현실에서 배수구의 물빠짐이 전향력으로 말미암아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을 했던 겁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이론적인 접근으로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일반화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저와 같은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선생 중에도 그런 분이 계셨으니까요. ㅠ.ㅠ 어쨌든, 기본적으로 저도 엄격하게 통제된 실험 하에서는 전향력이 충분히 회전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얘길 했던 겁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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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bug 2010/05/25 06:18 수정삭제기본적인 생각은 같습니다만, 그 정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대사멸 중 snowball 이론 지지자들 중에서 어디까지 얼어붙었냐를 갖고 이견을 달리하는 정도 같습니다. 엄밀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며칠씩 물을 재워뒀다 실험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_^
그래서 전 그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거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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