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스렌지 불꽃은 붉은 색이 더 뜨겁나요 파란색이 더 뜨겁나요?
- 왜 가스렌지 불꽃을 파란색이 보이도록 만들어야 하나요?
- 가스렌지 불꽃은 왜 파래요?
인터넷에서 '가스렌지 파란 불꽃' 등으로 검색해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달리는 답변은 거의 변함이 없다. 대충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빨간 별보다 파란 별이 온도가 더 높듯이 빨간 불꽃보다 파란 불꽃이 온도가 더 높아요.
- 빨간 불꽃은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기 때문에 발생하고, 완전연소가 일어나면 파란 불꽃으로 됩니다.
이런 답변들이 반복적으로 달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개념질문이 올라오면 다음과 같이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 온도가 높으면 파란빛을 내기 때문에 가스렌지 불꽃이 파란 색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다면 태양 표면 온도보다 가스렌지 불꽃 온도가 높아야 한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이 질문은 저도 어려서부터 의문을 갖고 있었지만 답을 찾지 않던 문제였습니다. 질문한 분이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한 것이 돋보입니다. 이 문제의 답을 이야기하려면 불꽃이 빛을 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 듯 싶습니다.
1. 불꽃의 종류
불꽃은 연료 속에 산화제(주로 산소)가 어떻게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확산 불꽃과 층류 불꽃으로 나누는데 연료와 산화제가 미리 섞여있으면 확산 불꽃, 섞여있지 않으면 층류 불꽃이라고 부른다.
확산 불꽃은 연료와 산화제가 이미 섞여있기 때문에 완전연소가 이뤄지고, 따라서 화약처럼 빠른 연소 속도와 높은 온도를 얻을 수 있다. 또 연료와 산화제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연소를 일으킬 수 있어 3000도 이상의 고온 불꽃도 얻을 수 있다. 가스렌지의 불꽃은 가스에 공기를 미리 섞는 확산 불꽃의 한 형태여서 완전히 파란 불꽃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연료에 따라 불꽃이 기기 내부로 들어가는 역화(Flash Back)현상이 생겨 위험할 수 있다. 가스렌지를 끌 때 '퍽' 소리가 나는 것은 불꽃이 관 속으로 들어가는 역화현상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 연소, 제트엔진과 로켓의 불꽃, 불꽃놀이 발사용 불꽃 등의 예가 있다.
층류 불꽃은 외부에서 산화제가 공급되기 때문에 산화제가 연료와 섞이는 속도의 제약을 받게 되고, 따라서 압력과 온도 등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완전연소가 일어나는 경우는 별로 없고, 높은 온도를 얻기도 힘들다. 연료는 열을 받아 기화되면서 불안정하게 변하고, 산화제와 결합하게 된다. 불안정한 물질이 많은 부분은 불꽃의 속이라서 속불꽃 또는 환원불꽃이라고 부르고, 불안정한 물질이 산화제와 섞여 산화되는 부분은 불꽃의 겉 부분이라서 겉불꽃 또는 주로 산화가 일어나서 산화불꽃이라고 부른다. 보통 촛불이나 장작불의 경우 층류 불꽃의 대표적인 예이다. 무중력에서 타는 촛불의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다. 산소 속에서 타는 철의 불꽃이나 물에 넣은 알칼리금속의 경우는 층류 불꽃의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촛불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불꽃은 어디일까?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가장 밝은 부분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하단부의 푸른 불꽃 부분이다. 가장 밝은 부분은 뜨거운 것이 아니라 적외선이 많이 나올 뿐이다.)2. 빛깔이 보이는 원리
그럼 이번에는 빛깔이 보이는 원리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빛깔은 우리의 시신경이 빛에 의해 흥분하게 된 것을 뇌가 분석하면서 생긴다. 우리 뇌는 어떤 시신경이 흥분했는지에 따라서 본 것의 색깔과 위치를 결정한다. 빛깔을 느끼는 시신경은 크게 세 종류가 존재해서 각각 빨강, 파랑, 녹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만약 여러 파장의 빛이 동시에 시신경을 자극하는 경우엔 어떻게 될까? 우리 뇌는 이 때 빛을 따로따로 구분해 인식하지 못하고 모두 한 광자에 의해 시신경이 흥분한 것으로 판단해서 혼합색으로 인식한다. 우리 뇌 속에서는 한 종류의 단일파장 빛이 들어오건 여러 파장 빛이 들어오건 시신경의 흥분하는 정도만 같다면 같은 색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눈이 이렇게 둔감하기 때문이므로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불꽃에서 빛[빛알갱이]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 하는 점이다.
빛은 물질 내 전자의 에너지 특성에 기인해 파장이 결정된다.
물체에서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전자기파는 반사 또는 발광에 의해서 발생한다. 어떤 특정 파장의 빛(전자기파)에 반응하는 전자가 들어있는 물질에 빛이 쪼이면 특정 파장에 해당하는 빛에 특히 잘 반응할 것이다. 특정 파장을 흡수하여 열에너지로 변환하면 특정 파장의 보색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전자가 왔던 빛을 반대방향으로 되돌려 보낸다면 우리는 쪼였던 빛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반사라고 부른다.
발광에 의해서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흑체복사의 원리에 의해 색이 나타나는 경우와 전자껍질간의 전자 전이에 의해 색이 나타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흑체복사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기파의 예는 뜨겁게 달궈진 쇠조각에서 나오는 색을 들 수 있다. (글 맨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전자껍질 사이의 전자 전이는 발광에 의한 경우와 흡수에 따른 보색으로 보이는 경우 발생시키는데, 발광스펙트럼과 흡수스펙트럼이라는 글에서 설명한 적이 있다.
앞서 소개한 개념질문에서처럼 온도가 높으면 파란 빛을 낸다는 이야기는 흑체복사와 같이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흑체복사로 푸른 빛을 내기 위해서는 불꽃의 온도가 보통 1'5000K 이상 되야 하므로 일상생활 속의 불꽃을 흑체복사로 설명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즉 파란 빛의 가스렌지 불꽃은 흑체복사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
3. 가스렌지 불꽃이 붉거나 푸른 이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촛불이나 성냥불같은 층류 불꽃이 붉은 빛을 띄는 것은 초나 나무에서 나온 탄소화합물 증기의 탄소가 모두 연소하지 못하고 탄소 알갱이로 남기 때문이다. 탄소 알갱이가 일산화탄소(CO)로 탈[산화할] 때는 보이지 않는다. 방출하는 빛이 가시광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탄소 알갱이는 뜨거워지면 붉게 빛난다. 샤프심을 촛불에 달궈보면 불꽃이 붉게 빛나는 모습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불꽃이 붉으면 탄소 덩어리인 그을음이 많이 생긴다.
이밖에도 붉은 불꽃이 생기는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다.
- 산소 부족
- 공기/가스 혼합비율 문제
- 과습
파란 빛은 일산화탄소가 이산화탄소로 탈[산화할] 때 이 생긴다. 즉 완전연소가 일어날 때 생긴다.
연소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2CO + O2 → 2CO2 (靑色, 푸른 색)

공기는 불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지므로 새 연탄 위에서는 불꽃이 잘 생기지 않는다.
만약 불꽃이 확산 불꽃이어서 완전연소가 일어날 때는 어떨까? 탄소화합물이 연소하면서 일산화탄소가 되는 것은 아무런 색을 만들지 않으므로
일산화탄소가 이산화탄소가 될 때 방출하는 푸른 빛만 보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가스렌지 불빛은 파랗게 보이게 된다. 반대로 빨간 불꽃이 인다면
그을음과 일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므로 건강을 위해 빨리 끄는 것이 좋다.1
참고로 다이아몬드를 눈에 보이지 않는 불꽃으로 가열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약 1000℃ 정도로 가열하면 다이아몬드는 증발(승화)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된다.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이산화탄소가 될 때 나타나는 푸른 불꽃이 발생한다. 다이아몬드를 가열하면 흑연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산소의 부족 등으로 채 연소하지 못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그렇다면 만약에 탄소 증기를 다이아몬드 표면에 고정시키면 큰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이 단계까지 실험을 성공했다고 한다. 천연다이아몬드만큼 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싼 인조다이아몬드를 마음껏 사용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ps. 생각해볼 문제
알코올램프 불꽃은 거의 색을 띄지 않는다. 왜 색이 안 보이는 것일까?
반면에 수소를 연소시키면 약 2500℃의 불꽃이 생기는데, 흰 색을 띈다. 이 색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수소 불꽃
- 옛날에 남폿불을 주로 사용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본문으로]









